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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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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로의 논밭] 도도팜 도씨 집안의 포도이야기- 손녀편 ②
작성자 논밭상점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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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51

여러분은 한 여름의 새벽 냄새를 아시나요. 저에겐 뜨끈한 한 낮의 열기를 밤새 식힌 뒤 비로소 찾아오는 한 여름의 새벽 냄새를 맡으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뜨거운 태양빛에 알맞게 익은 포도를 수확할 8월이 되면 온 가족이 대전 판암동으로 모여 할아버지의 일을 돕는 것이 우리 집안의 연례 행사였습니다. 어른들은 포도를 따서 나르고, 아이들은 포도를 담는 박스를 접었습니다. 놀고 자기도 바쁜 여름방학에 할아버지 댁에 와서 포도 박스를 접는 게 지루한 아이들은 종종 투정을 부렸고, 그런 우리에게 어른들은 ‘한 박스에 100원!’을 걸어 그보다 많은 용돈을 쥐어주기도 하고, 오두막 아래 흐르는 개울물에 페트병과 된장으로 물고기를 잡아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그 때 만난 송사리와 도롱뇽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사촌 형제들의 나잇대가 다양하기 때문에 제가 커서 포도를 따고 나를 수 있게 되고, 저보다 어린 동생들이 포도 박스를 접을 때 쯤 솔직한 마음으로 포도밭에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가장 더운 시간을 피해 새벽 대여섯시에 일어나 밭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러기엔 내 일이 바쁘고, 내 삶이 피곤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도 고생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에 겨우 일어나 밭으로 향할 때면 늦잠을 자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께 짜증을 내곤 했습니다. 그런 저를 달래기 위해 엄마가 쥐어주던 요플레 하나, 아빠의 차 뒷자리에 누워 향하던 포도밭으로 가는 길, 활짝 연 창문으로 밀려들어오던 새벽 냄새, 그 냄새를 저는 기억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한 여름의 새벽이 찾아올 때면 저는 포도밭이 떠오릅니다. 조금은 피곤하고 짜증나지만 동시에 싱그러운 그 냄새와 함께 말이죠.

10살 무렵,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가족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할아버지는 여행가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셨고, 여행을 가서도 늦지 않게 집에 돌아가야 한다며 부모님을 재촉했습니다. 할아버지와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싶었던 저는 할아버지께 여쭈었습니다. ‘할아버지, 왜 빨리 집에 가야 돼요?’ 할아버지는 ‘포도나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거든’이라는 대답을 들려주셨습니다. 저는 다시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포도나무가 하루 이틀 안 본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니잖아요!’ 할머니의 한숨소리와 할아버지의 웃음소리가 함께 들렸던 순간입니다. 작년부터 농사를 지으며 할아버지가 하셨던 ‘포도나무가 나를 기다린다’는 말이 자꾸 생각납니다. 농사를 지으니 나의 몸뚱아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며 삽니다. 매일 날씨를 확인하고, 온도를 확인하고, 추우면 추운 걸 느끼고, 따듯하면 따듯한 것 느끼고, 해가 나오는 걸 보고, 해가 들어가는 걸 보고, 동지를 반가워하고, 대한이라 춥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전에 내가 키우는 작물을 떠올리고, 꿈에서 밭을 만드는 저는 이제야 할아버지가 왜 그러셨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농심(農心), 농부의 마음이겠지요.




할아버지 댁에 가면 꼭 손에 쥐어주시는 동글동글한 열매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할아버지의 포도는 아주 맛있습니다. 달콤한 과즙이 뚝뚝 떨어져 끈적거리는 포도, 그 단 맛을 알고 모여드는 벌레들. 농산물의 유통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쯤, 할아버지의 포도가 제 값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의 포도가 여러 과정을 거쳐 백화점으로 납품되는 포도라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사먹지도 못하는 가격의 포도를 키우고 있었다는 걸 알았을 때, 할아버지가 받는 돈의 배 이상으로 팔리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 생각은 더욱 또렷해졌습니다. 보통의 농부들은 공판장에 본인의 작물을 납품합니다. 어떤 농부에겐 최선의 방법이며, 또 어떤 농부에게는 꼭 필요한 방법일 것입니다. 저는 할아버지의 포도가, 또 아버지의 포도가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제 값으로 소비자에게 소개되고, 누구나 격차 없이 이 포도를 맛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할아버지의 포도는 배송을 할 수 없는 품종이지만 못지않게 달콤하고 맛있는 아버지의 포도를 여러분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쁩니다. 씨가 많아 먹기 힘들다고 투정부리던 손녀딸을 위해 씨가 없고 작은 데라웨이 포도나무 한 그루를 심었던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제 아들이 샤인머스켓을 기르니 손자손녀들이 좋아하겠다고 기뻐하는 사랑을 여러분께 나누어드립니다.




17년 전 도도팜 오두막에서 도인호 농부와 딸




6년 전 새벽의 포도밭에서 도인호 농부와 딸




서로의 논밭을 연결하는 [논밭상점]은 서로의 논밭 ‘도도팜의 샤인머스켓’을 판매합니다. 도도팜 이야기는 총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논밭상점에 어서 오세요. 

<도도팜의 샤인머스켓 바로가기>

첨부파일 서로의논밭_도도팜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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